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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유학휴직/영국유학휴직 준비

[공무원 유학휴직] 영국 유학 휴직 1년 후 험난했던 복직 과정

by 그러려니해 2024. 5. 2.

 

정말 오랜만에 블로그에 글을 써본다.

내가 영국으로 유학휴직을 다녀온 건 2019년 3월 1일 ~ 2020년 2월 28일까지 딱 1년이다.

휴직 기간 중에는 영국생활에 정신이 없어서 공부 및 노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못했다.

복직한지도 꽤 되었지만 블로그에 들어올 일이 없어서 계속 잊고 있다가, 간단하게 복직과정과 그 후의 내 삶에 대해 정리해보고 싶어 이렇게 글을 쓴다.

 

 

 

1. 복직연락 주고받기 = 개인적으로 가장 속 터졌던 과정

복직 과정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특히 마음이...)

일단 복직하기 100일 전 쯤부터 교감선생님이 복직 관련 카톡을 주기 시작한다. 이건 나한테만은 아니고, 3월 1일자로 복직 예정인 휴직교사에게 일괄적으로 안내하시는 듯 했다.

나는 유학휴직을 시작하고 영국에서 지내는 동안 2~3개월에 한 번씩 계속 관리자분들과 카톡을 주고 받았는데 나의 생사 확인 및 유학생활을 잘 하고 있는 지 등 안부를 묻는 간단한 연락이었다. 그런데 복직 관련으로 11월 말 쯤 연락이 왔을 때는 갑자기 나에게 '부장' 얘기를 하기 시작하셨다. 뭐 뻔한 레파토리지만 학교에 일 할 사람이 없다. 젊은 선생님들이 좀 힘써줘라. 비슷한 또래의 00쌤이 00부장을 해주기로 했다 등의 이야기.

 

내가 여기서 놀고 있는 것도 아니고, 매일 수업 다니고 한국 돌아갈 준비도 해야 해서 정신없이 바쁘게 지내고 있는데다 사실 시차 때문에 통화를 하기도 굉장히 어려운 상황인데도(영국시간 밤 12시가 한국 오전 9시인 상황) 보이스톡이나 장문의 카톡으로 두 분이 계속 압박을 주시니 마음이 너무 불편했다. 

심지어 유학휴직 규정 때문에 2월 28일에 영국에서 출국을 해야해서 한국에는 3월 1일 오후에나 도착하는 일정이었다. 부장을 맡는데 2월 신학년 집중기간에 인수인계도 받을 수 없고, 당장 3월 2일에 출근해서 업무를 해야 한다는 상황이 너무 이해하기 어려웠다. 나는 2월까지는 영국에서 지내는 '휴직' 기간인 건데 왜 내가 내 휴직기간인  2월에 인수인계 못받고 교육과정 못짜는 거에 대해 다른 선생님들께 미안함을 느껴야 하지?  내가 부장을 해본 경험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나도 돌아와서 적응하고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한데.. (솔직히 날짜를 정확하게 맞춰서 3월 1일에 입국하라는 교육청 지침 자체가 말이 안된다고 생각함.. 해외 이사가 그렇게 쉽게 되나? 갈 때도 마음에 안들었지만 올때도 정말 부글부글했다. 서울에 지낼 집도 없는 상황이었음)  이런저런 생각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복직 시 나의 입장>

 1) 경력 5년 이내 2급 정교사임. 부장 경력 없음. 부장해도 경력 인정 어려움. 

 2) 2월 28일 영국에서 출발하여 3월 1일 한국 도착함. 3월 2일 개학

 3) 2월 신학년 집중기간 참여 못함. (인수인계 X, 전임자 3월에 전보감. 교육과정 전임자가 짜거나 돌아와서 내가 해야 함.)

 4) 휴직을 하면서 살던 집을 정리해 본가에 짐이 다 가있고, 근무지역에 지낼 곳이 없어서 당장 한국 들어가면 호텔에서 지내야 함. 가자마자 집 구하러 부동산 보러다녀야 하는 상황.

 5) 영어권 국가에서 유학휴직을 했으니 영어교과를 맡고 싶음(유학휴직 신청 시 공문 및 유학계획서 작성에서도 복직후 유학휴직에서 배운 내용을 활용할 수 있는 영어교과를 맡아 수업할 것을 권함) 하지만 학교 사정이 안된다면 담임도 할 수는 있다. 어쨌든 담임/교과배정 및 업무 희망서를 쓰는 건 내 권리 아니냐. 교과 희망 쓰겠다. 업무 희망하지 않는다. 

 

vs 

 

<복직 시 관리자 분의 입장>

 1) 1년 쉬었다 왔으니 일을 해라.

 2) 내가 밀어줘서 다녀온 거니 일을 해라.

 3) 니가 정 원하니까 영어교과를 주겠다. 교과 주는 대신 부장 일을 해라.

 4) 무슨 담임희망서냐. 그냥 주는대로 하지. 아무말 하지말고 너는 부장 일을 해라. 

 

몇 번의 거절과 장문의 카톡을 주고받았지만, 이미 답을 정해놓은 듯한 관리자분들의 메세지 말투와 내용에 큰 상처를 받았고 (지금 생각해보면 서로 대면해서 이야기하지 못하고 메세지로 주고받아서 더 그랬던 것 같지만) 교장선생님의 "내가 허가해주고 밀어줘서 유학휴직 다녀온 게 아니냐"는 말과 젊은 애가 따진다는 듯이 화가 나서 쏘아대는 말투에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서 결국 받아들이게 되었다. 마지막 카톡을 나눌 때에는 주말을 맞아 유럽의 한 국가에서 여행중이었는데, 한국 시간하고 맞을 때만 연락을 할 수 있다보니 돌아다니던 중간에 연락을 주고받을 수 밖에 없었다. 이 연락 때문에 기분이 나빠져서 여행을 망칠 수 밖에 없었는데 같이 갔던 친구에게 아직도 미안한 마음 뿐이다. (울면서 거리를 걸었음...ㅠㅠ)   

 

지금이라면 좀 더 완강하게 거절할 수 있었을 텐데 그 때는 신규교사 티를 벗지 못해 관리자분들과 부딪히는 그런 상황 자체가 너무 부담이었다. 혹시 유학휴직을 다녀오실 선생님들이 이 글을 본다면 이런 불합리한(?) 상황을 맞을 수 있으니 나의 경험을 참고하여 미리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시길 바란다. 휴직자 중에 특히 유학휴직자는 봉입니다. 자기들이 보내줬고 나는 해외에서 놀다왔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해외라 연락 잘 안되니까 자기들끼리 거의 결정해서 통보하는 식이 많음. 

 

+ 심지어 3월 1일에 입국하니까 연락와서는 교육력제고 팀에 이름 넣고 계획서 제출했으니 팀원이라고 열심히 하라고 함. 묻고 따지지도 않고 교육력제고 연구팀에 이름 넣어버리기^^ 왜 묻지도 않고 넣냐고 안하고 싶다고 따졌더니 물어본 줄 알았다고 이미 교육청에 제출하고 선정됐는데 해야지 어떡하냐고 함. 언제 물어봤는데요?!!! 휴직자가 봉인가 싶다. 

 

 

 

2. 복직서류 준비하기 

복직하기 위해 제출해야 하는 서류는 관리자가 알려주기도 하지만, 본인이 미리 인사실무매뉴얼을 살펴보고 챙겨두는 것이 좋다. 나에게 필요한 서류는 다음과 같았다. 

서울특별시교육청 2024 교육공무원 인사실무매뉴얼 (221쪽)

 

 

 1년 어학연수 휴직 관련 복직 서류는 총 3가지다.

 1) 복직원

 2) 연수이수증명서  = 번거로움

 3) 출입국사실증명서 

 

 먼저 복직원은 관리자가 미리 보내주는 '0월 0일 자로 복직하고자 합니다.' 라고 적힌 서류에 사인 후 스캔해서 보내면 끝이다. 보통 복직 전에 미리 제출한다. 

복지원(샘플)

 

 

 

 두번째인 연수이수증명서는 다녔던 어학원에서 서류를 발급받으면 된다. 학위취득의 경우 성적이나 졸업 증명서를 제출하지만 어학 연수는 그냥 해당 어학원에 발급해달라고 하면 되는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서류에 나오는 어학원 이수 기간이 반드시 휴직 기간과 동일해야 한다는 점이다. (휴직 신청시 제출한 입학허가서 날와 같은 상황)

  이수 날짜를 휴직 기간인 3월 1일 ~ 2월 28일까지 로 정확히 입력해달라고 반드시 요청해야 한다. 안그러면 교육청에서 반려당할 수 있고, 한국에 돌아온 후 어학원에 다시 연락해서 서류를 받아내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내가 다녔던 어학원에 2월 중순경에 미리 서류를 달라고 말을 했더니 날짜가 안됐는데 미리 줄 수는 없다고 해서 나는 영국에서 출국하는 날 아침에 어학원에 들려서 출석체크를 하고 서류를 받아 왔다. ^^;;; 어학원에 따라 그렇게 해줄 수 없다고 할 수도 있는데, 나의 사정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공무원이라 서류가 정확해야 한다는 점을 꼭 어필해서 서류를 받아내길 바란다.  

 연수이수증명서는 복직해서 학교에 제출하면 되며, 제출 시 공증번역 및 아포스티유 혹은 재외공관 확인을 받아야 한다. 공증번역은 하루~이틀이면 받을 수 있지만 아포스티유나 재외공관 확인은 일처리가 느리기 때문에 복직서류 제출은 늦어질 수 있다는 점을 관리자에게도 말씀드려놓는게 좋다. 

 

 세번째 출입국사실증명서는 동반휴직 등 해외 출국을 한 경우에는 필수로 제출하는 것인데, 민원24 홈페이지에서 간편하고 발급받을 수 있다. 

 

 정리하자면 복직서류는,  

 *복직원 = 복직 전 사전 제출 

 *연수이수증명서 = 어학원에서 미리 발급, 복직 후 한국에서 공증번역 및 아포스티유 받아 제출

 *출입국사실증명서 = 입국 후에 민원24 홈페이지에서 발급 가능, 바로 제출

 

 

1,2번의 과정이 끝나면 복직을 코앞에 뒀다고 할 수 있다.

서류 정리가 천천히 되고 있다면 이제 신변 정리를 해야 할 시간이다. 

 

 

3. 영국 생활 정리하기

3-1. 영국에서 살던 집(방) 내놓기

3-2. 못 가본 주변 국가 여행다니기

3-3. 어학원 친구들과 굿바이 파티  

등등

 

 

1년 동안 열심히 살았던 정든 집을 정리하고, 친구들과 여행도 다니고 마지막 인사를 하다보니 내가 영국생활을 잘 한 걸까? 더 잘할 수는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사실 지내는 동안 내가 우물 안 개구리였구나 느끼면서 영국에 더 머무르고 싶은 마음도 많았고, 아예 의원면직을 해서 외국에서 새로운 시작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도 컸는데, 우연인지 운명인지 내가 복직을 준비하는 시기에 코로나19가 터지면서 그런 마음을 접을 수 밖에 없었다. 

 

어쩌면 운이 좋다고도 볼 수 있는게, 복직 시기에 코로나가 터지면서 나는 의무적으로 격리 15일을 거칠 수 밖에 없었고 3월 1일자 복직 및 3월 2일 출근에서 2주간의 적응기간이 생겼다. 그 기간 동안 가족들이 부동산을 통해 집도 구하고 이사도 마무리해주었으며, 시차적응까지 완벽하게 마치고 3월 중순경에 실질적인 복직을 하게 되었다. 그러고도 코로나 상황이 심각해 실질적인 개학이나 학생들의 수업은 4월 중에 줌으로 이루어져 염려했던 부장 업무도 시간을 들여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고 담당업무 중 대부분의 행사가 취소되어 부담도 많이 줄었다. 아이들과 줌으로 영어 수업을 하면서 영국에서 찍었던 사진이나 동영상을 많이 보여주었는데, 학생들에게 동기부여도 많이 되고 특히 코로나로 집에만 있다보니 방구석 여행을 하는 기분이라고 반응이 좋았어서 나름 뿌듯하기도 했다.  

 

내가 유학휴직을 하고 난 후 덩달아 유학휴직을 가야겠다고 준비했던 주변인들이 꽤 있었는데 코로나로 인해 모두 무산되고 취소된 경우를 보면 정말 시기적으로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아직도 마음 속에는 그 때 코로나가 터지지 않았다면 난 어떤 선택을 했을까?  용기내서 의원면직을 할 수 있었을까?  지금의 난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도 조금은 남아있다. 이미 지나간 상황이고 선택이지만.. 그래도 내 인생을 돌아보았을 때 가장 행복했던 1년. 가장 주체적으로 도전하고 노력했던 1년을 꼽자면 영국에서의 유학휴직 1년이 아니었을까 싶다. 다시 그 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더 열심히, 더 즐겁게 매일 하루하루를 보낼 텐데-

 

 

유학휴직을 고민하고 있는 많은 공무원 분들이 정보가 없어서 이리저리 검색하다가 흘러 들어와 내 블로그 글을 보고 가는 것 같다. 내가 최초로 글을 작성하게 된 계기도, 내가 도저히 정보를 못찾아서 헤매고 시행착오를 많이 했기 때문에 조금이나마 내 경험이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하게 된 것인데  내 마음처럼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아 뿌듯하다.

 

이제는 시간이 많이 흘렀고, 기억은 흐려져가지만 그래도 남은 흔적을 더듬어 글을 정리해본다. 생각만해도, 글을 쓰면서도 마음이 설레고 두근두근 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경험이 인생에 얼마나 될까. 유학휴직을 고민하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꼭 용기내서 도전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유학휴직이 내 인생 최고의 경험이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